2012년 2월 4일 토요일

2012년 2월 2일 새벽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방학의 말미이다.
우선 아버지께선 무릎을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평소 안전, 조심을 제일의 신조로 우리 가족들에게 항상 당부하셨던 아버지셔서 꽤나 당혹스러웠으나 너무 큰 걱정을 하진 않아도 될 정도여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선 한동안 거동이 불편하시게 되었다.
어제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자 늦은 밤 병원에서 밤을 보낼 각오를 하고 그 곳으로 향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저 머릿속의 한낯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험난한 길임에 틀림이 없는 실천적 사랑임을 증명, 아니 설령 아니더라도 그 힘든 길을 헤쳐나갈 의지가 내겐 존재함을 스스로에게 보이기 위해 그러한 다짐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아버지께선 아들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다고 한사코 만류하시고 집으로 되돌아갈 것을 간곡히 부탁하셨다. 나는 그것이 아버지의 그 어떤 실천적 사랑의 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께서 의도하셨던 아니던 그 일은 '가장', 혹은 '아버지'란 이름에 담긴 무겁기 그지 없는 의미를 내게 느끼게 해주었다. 아버지는 다만 '아버지'라는 이름에 다름 아니었다.
아버지가 너무 간곡하셨기에 바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나오자마자 택시 한대가 운좋게도 내 앞으로 지나가기에 바로 잡아타서 집으로 향했다. 나는 아닌척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이다. 택시기사가 혹여 이상한 길로 빙빙 둘러가지는 않을까 의심에 가득찬 눈초리로 네비게이션을 계속 노려보았다. 주변 지리는 전혀 모르는데도 말이다. 가던 도중 기사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2가지 길이 있는데 어디로 모실까요, 하고. 큰 길로 가달라고 하였다. 길 모르는 티를 내어 호구가 되긴 싫었기 때문이다. 기사분께서는 길을 계속해서 가시고 내게 물음을 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2가지 길 모두 괜찮은 길이나 둘 중 어느 1가지 길로 가면 돌아가는 것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글쎄 내가 멍청하거나 더 이상 수 쓰기가 귀찮아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웃으며, 길 잘 몰라서 사실 아무데나 가도 괜찮다고 말했다. 내겐 기억에 남는 순간이 이 특별한 지점이다. 인간은 조금만 마음을 만져주면 쉽게 무장해제가 되는 것 같다, 는 짧은 생각이 머릿속에 든다. 물론 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그 순간에 나와 함께 존재하지 않은 이상 전달하기 힘들겠지만 뭐랄까 목소리나 뒷모습 같은 것이 상당히 맘 좋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뭐 어쨌든 그 분이 서면 로타리에 대한 과거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내릴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어쩌면 흔히 들을 수있는 덕담을 해주셨다. 그러나 내게 다가오는 의미는 컸다. 외지 생활을 해서 택시를 많이 타는 나는 보통의 택시기사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참 가슴 따뜻해지는 새벽이었다.
2월 3일 오늘 있었던 일은 다음에 적어야겠다.
귀찮네.

2012년 1월 23일 월요일

남은 방학

아직 망하지 않았어.
남은 시간 멋지게 보내보는거야!
용기를 가져 규야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비오네.

아침(실은 시간이 꽤나 흐른 오후)에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 비가 오네.
뭐 그리 나쁘지 않다.
'너만 그런거 아니야'
라고 하늘이 말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15일 일요일

오랜만.

2010년 예과 2학년의 여름방학 마지막 즈음에 당찬 포부를 담은 첫 글을 남기고는 본과 2학년 진입을 앞둔 2012년 1월에 두번째 글을 적는다. 작심삼일 따위의 단어와는 안녕이라 교만하게도, 혹은 패기 넘치게도 선언했던 그 때의 내가 사뭇 낯설다. 간만에 찾은 바다바람에 힘없이 스러져가고 있는 지난 여름의 모래성 같은 이 블로그가 비춰준 나에 대한 이 낯설음은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의 굉장한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이 중요성이 뭔지 글로 표현하기는 내가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역시 있겠지만 감히 글로 표현하면 그 의미가 바랠까하는 두려움에도 역시 어려울 것 같다.
원래는 언젠가 보았던 전차남이라는 일본 영화를 보고 블로그를 통한 소통에 대해 매력을 느껴 가입한 블로그였다. 그 이후 내가 이 블로그에 손을 놓고 있었던 동안 많은 소통용 매체들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이를테면 뭐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것들. 하지만 그것들에 내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그 성격이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뭐 수첩이나 컴퓨터 메모장에 나 혼자만의 일기장을 만들긴 싫다. 때문에 나는 다시 블로그를 하려한다. 어차피 메모장에 혼자 끄적이는 것이나 방문자없는 이 곳에 혼자 끄적이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지도 모르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가지지 못하는 일기장의 진정성과 희박하지만 약간의 소통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이 장소가 내게는 최적이라고 느껴진다.
이전처럼 야심찬, 마치 블로그에 글을 적는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전부를 바꿔버릭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인양 포부를 적진 않겠다. 그것은 내가 변한 까닭이다. 이렇게 변한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혹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나라는 인간의 성격인 걸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내 영혼이 이 곳에 글을 남길 것이다. 한 인간의 불안와 고뇌, 그리고 추악함.

2010년 8월 21일 토요일

시작한다.

끄적였다 지웠다를 몇번이고 반복하던 블로그.
다시 시작한다.
나와의 솔직한 대화를 위해.

나의 첫번째 관문은 '자기관리'이다.
함께 뛰어넘을 동지가 되어줄 이 블로그를 이번엔 오래 간직하고자 한다.
작심삼일, 조삼모사같은 단어는 어제의 단어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