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5일 일요일

오랜만.

2010년 예과 2학년의 여름방학 마지막 즈음에 당찬 포부를 담은 첫 글을 남기고는 본과 2학년 진입을 앞둔 2012년 1월에 두번째 글을 적는다. 작심삼일 따위의 단어와는 안녕이라 교만하게도, 혹은 패기 넘치게도 선언했던 그 때의 내가 사뭇 낯설다. 간만에 찾은 바다바람에 힘없이 스러져가고 있는 지난 여름의 모래성 같은 이 블로그가 비춰준 나에 대한 이 낯설음은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의 굉장한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이 중요성이 뭔지 글로 표현하기는 내가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역시 있겠지만 감히 글로 표현하면 그 의미가 바랠까하는 두려움에도 역시 어려울 것 같다.
원래는 언젠가 보았던 전차남이라는 일본 영화를 보고 블로그를 통한 소통에 대해 매력을 느껴 가입한 블로그였다. 그 이후 내가 이 블로그에 손을 놓고 있었던 동안 많은 소통용 매체들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이를테면 뭐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것들. 하지만 그것들에 내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그 성격이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뭐 수첩이나 컴퓨터 메모장에 나 혼자만의 일기장을 만들긴 싫다. 때문에 나는 다시 블로그를 하려한다. 어차피 메모장에 혼자 끄적이는 것이나 방문자없는 이 곳에 혼자 끄적이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지도 모르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가지지 못하는 일기장의 진정성과 희박하지만 약간의 소통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이 장소가 내게는 최적이라고 느껴진다.
이전처럼 야심찬, 마치 블로그에 글을 적는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전부를 바꿔버릭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인양 포부를 적진 않겠다. 그것은 내가 변한 까닭이다. 이렇게 변한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혹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나라는 인간의 성격인 걸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내 영혼이 이 곳에 글을 남길 것이다. 한 인간의 불안와 고뇌, 그리고 추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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